연구회
Korean Society of Gastrointestinal Cancer Research
Korean Society of Gastrointestinal Cancer Research
췌장암은 우리나라의 암 발생 통계에 의하면 전체 주요 암종 발생률에서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암 중 성별 비중은 남성에서 2.6%, 여성에서 3.2% 로 보고되고 있다. 췌장암의 발생은 국가 및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만명당 1~10명정도의 발생률을 보이고, 90% 이상이 선암(ductal adenocarcinoma)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암 이외의 췌장암은 샘꽈리세포 종양(acinar cell tumor)과 신경내분비 종양(neuroendocrine tumor)이 포함되나, 선암에 비해 드물다. 미국에서는 연간 4만6천명의 췌장암 환자가 발생하여 매년 4만명이 췌장암으로 사망한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통계 보고에 따르면 연간 약 5,000명의 췌장암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췌장암의 잘 알려진 위험인자는 흡연, 오래된 당뇨병, 만성 췌장염, 비만 등이 있다. 흡연자의 경우 췌장암의 위험도는 흡연량이 많을수록 증가하고, 금연하면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논란이 되고 있는 위험 인자로는 고지방, 고열량 식이, 음주 등이 있다. 그 외 유전적인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유전성 췌장염의 경우 췌장암의 발생 위험이 매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0% 정도에서 유전적인 요인이 췌장암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만 가족력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 외 Peutz-Jeghers 증후군, Von Hippel-Lindau 증후군, Gardner 증후군, Lynch 증후군 II 와 같은 특정 증후군에서 췌장암의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 췌장암의 대부분을 차치하는 선암의 경우 저혈관성 저산소성 미세환경에서 광범위한 결합조직형성 등이 특징적이다. 췌장 상피내 종양에서 저분화에서 고분화로 진행하며 악성종양으로 발전하게 되며 K-ras의 변이가 췌장 상피내 종양의 90% 이상에서 확인된다. 그 외에도 p53 pathway 나 SMAD4, TGF-β pathway 등이 췌장암의 발생 과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췌장에서 전암성 병변은 췌장상피내종양(pancreatic intraepithelial neoplasia, PanIN), 췌장유두상점액종(intraductal papillary mucinous neoplasm, IPMN), 점액성낭종(mucinous cystic neoplasm, MCN) 등이 있다.
췌장암은 약 60-70% 의 췌장암이 췌장의 두부에서 20-25%는 체부 및 미부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증상이 있는 경우도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임상 증상을 통한 조기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증상은 보통 복통, 체중감소, 식욕저하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며, 췌장 두부암의 경우 담관 침습이나 외부 압박으로 인해 황달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약 50% 정도의 췌장암에서 당뇨가 나타나기 때문에 췌장암의 고위험군 환자에서 새로이 진단된 당뇨의 경우, 췌장암의 가능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1 cm 이하의 췌장암은 대부분 무증상이고, 종괴로 관찰되는 경우도 약 25% 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관 확장만 보이는 경우도 약 50% 정도이며, 췌장암의 크기가 1-2 cm일 때에도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는 췌장암은 대개 2 cm 이상이고 혈관 침범이나 전이가 동반된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달이 발현된 경우 우측 늑골 경계에서 무통성의 담낭이 촉진될 수 있으며(Courvoisier 징후), 좌측 쇄골위 림프절이 종양으로 침범되어 촉진되기도 한다(Virchow 림프절).
현재까지 췌장암의 효과적인 조기진단을 위한 선별검사(screening test)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 몇몇 종양표지자, CEA(carcinoembryonic antigen) 나 CA19-9(carbohydrate antigen 19-9) 가 췌장암과 연관성을 보이나 췌장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로 이용되기에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다. 췌장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고 선별검사가 어려워, 진단 시점에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췌장의 종괴는 대부분 복부 CT 혹은 초음파 등을 통해 발견되며, 세침흡인검사나 조직검사가 확진을 위해 주로 이용된다. 초음파 내시경은 작은 병변(직경 2-3cm 이하)의 발견과, 주요 혈관의 침범 여부와 같은 국소 병기 확인에 유용하며 초음파내시경하 세침흡인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시경 역행성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 또한 췌장암의 진단에 널리 사용되는데, 특히 전산화 단층촬영이나 초음파 검사에서 종괴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췌관 또는 총담관의 협착이나 폐쇄를 확인함으로써 췌장암의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자기공명 담췌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cholangiopancreatography, MRCP)은 췌관이나 담관 형태의 해부학적 구조를 구분하고 췌관 전체에 걸쳐 국소 협착이나 확장 등의 모양을 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CT에 비해 장점이 있다. 경피 세침흡인술은 세포학적 검사의 양성률이 낮고, 시술로 인해 복강 내 암의 파종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근치적 절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초음파내시경하 세침흡인술은 복강 내 암의 전파위험이 낮아 췌장암의 진단에서 점점 널리 시행되고 있다.
췌장암은 치료 전략에 따라 절제가능형(resectable), 국소진행형(locally advanced), 전이형(metastatic)의 3단계 임상 병기로 구분한다. AJCC (The American Joint Committee on Cancer) TNM (Tumor, Nodes, Metastasis) 분류에 따르면 국소 진행형인 stage III과 전이형인 stage IV는 수술이 불가능한 병기로 분류된다. 비록 AJCC 병기에 근거하여 수술 치료 가능성에 대한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 진 것은 사실이나 특히 췌두부나 체부암의 경우 주변 혈관 침습 정도에 따라 경계성 절제가능형 췌장암(borderline resectable pancreatic cancer, BRPC) 임상병기를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보통 상장간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 SMA)과 복강동맥(celiac artery, CA)에 종양이 침범된 경우 T4병기에 해당하여 국소진행형으로 간주되었다(그림 1). 하지만 최근에는 동맥 재건술을 결정짓는 종양 맞닿음 정도(180도 기준)에 따라 종양 절제가능성 분류에 대해 BRPC의 개념이 소개되었다. BRPC의 정확한 규정에 대해서는 연구 그룹마다 약간의 이견이 있다. SMA의 경우 거의 대부분 연구 그룹에서 180도 미만의 맞닿음이 있는 경우 BRPC로 규정하고 있고 CA 경우에는 연구 기관마다 조금씩 다른 규정을 보인다. 대부분 수술적 치료 가능성을 고려하여 영상 진단에 근거한 해부학적인 견해가 주로 반영되었지만 일부 연구 단체에서는 비해부학적 기준도 포함하고 있다.
그림 1. 췌장암의 병기(Pancreatic cancer staging. AJCC 7th edition)
현재 전체 췌장암 환자의 10-20%만이 진단 당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하며 이 경우 13~20개월의 중앙 생존기간을 보인다. 많은 환자들은 진단 시 전이가 존재하며 생존기간이 3~6개월 정도로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 그리고 전이성 병변이 없이 국소적으로 국한된 암 병변을 보이나 수술적인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국소 진행성 췌장암(locally advanced pancreatic cancer)이라 하며 전이성(metastatic) 췌장암과 함께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췌장암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률이 8.7%로 알려져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5년 생존률이 5% 미만이고, 근치적 절제술 후에도 5년 생존률이 약 10-20%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수술 전 보조치료와 수술 후 보조치료를 전향적으로 비교한 임상 3상 연구들은 없지만 여러 후향적 연구들에서는 BRPC 병기에서 수술 전 보조치료가 보다 효과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서는 이미 진단 당시에 현미경적 전이를 갖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수술 전 보조치료를 시행할 경우 관찰 기간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초기 잠복 전이(occult metastasis)를 발견할 수 있고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초기에 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한 환자의 경우 약 20%가량에서 수술 후 합병증과 더딘 회복력, 또는 전이로 인해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고려할 때 수술 전 보조치료가 보다 합리적인 치료 방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BRPC 환자의 후향적 비교연구 결과 수술 전 보조치료 후에 수술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수술단면에 종양세포 양성률이 훨씬 낮았다는 결과도 수술 전 보조치료의 합리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술 전 보조요법에 대한 치료 순서(treatment sequencing)는 크게 1) 항암화학요법 후 항암화학방사선치료 후 수술, 2) 항암화학방사선치료 후 수술, 3) 항암화학요법 후 수술, 4) 항암화학방사선치료 후 항암화학요법 지속 방법이 있는데, 현재까지는 치료 선택에 따른 비교 우의를 증명할 만한 무작위 비교 연구에 대한 자료는 없는 실정이다.